연극 에쿠우스를 만나다 2013년까지의 포스팅


"의사는 정열을 파괴할 순 있지만 창조할 순 없다"

 

 그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 잠 못 이루고 있다.

 

 내가 좀 더 어릴 때 <에쿠우스>를 만났다면 어땠을까. 그랬다면 알런의 에쿠우스와 같이 정열적이고도 원초적인 숭배의 대상을 찾을 수 있었을까. 난 왜 고작 스물 넷밖에 안됐으면서 벌써 알런보다 다이사트와 같은 삶을 사는 기분인지 모르겠다. 나이의 문제라기보단 내 스스로의 문제인거겠지. 대체 그놈의 열정이라는 게, 그것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 싶고 내 생을 다 바치고 싶을만큼 간절한 어떤 것을 발견하고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는 게 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걸까. 아니면 에쿠우스와 하나가 되어 끝없는 광야를 밤새 달리는 알런이 비정상의 취급을 받는 것처럼 그것은 단지 몇몇 사람 혹은 젊은 사람 더 비약하면 비정상인 사람이나 꿈꿀 수 있는 그런 것일까. 이상은 전자이되 현실은 후자이기에 다이사트는 괴로웠던 거겠지. 그런데 난, 다이사트만큼 괴로워할 자격도 없는 게 아닐까. 대체 난 뭘 꿈꾸고 있느냔 말이다. 그게 비록 현실에 치여서 깨지고 조각나고 결국엔 부스러기로만 남게되어버릴지라도, 아무리 그렇더라도 적어도 가슴에 품고는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. 그러니까 난.. 대체 무엇을 바라 이렇게 살아가고 있느냔 말이다.

 

 내 안에는 '시'도 '정열'도 존재하지 않는걸까.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'시'를, '정열'을 꿈꾸라고 말할 수 있을까. 그래도 되는걸까. 그렇다면 난 자격미달이지 않은가...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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